이륜차 업계에 부는 ‘변속 자동화 바람’과 그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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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모터사이클의 변속 시스템은 스쿠터의 CVT(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와 매뉴얼 트랜스미션 등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기조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혼다의 E-클러치를 기점으로 다른 메이저 브랜드도 새로운 변속 시스템을 속속들이 선보이고 있는 것. 비로소 이륜차 업계에 자동 변속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동안 혼다만이 변속 시스템의 다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 시도는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 1958년에 슈퍼 커브에 탑재시킨 원심클러치는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1970년대에는 혼다매틱을 개발해 양산해냈다. 2010년에는 이륜차 최초로 DCT를 탑재한 VFR1200F를 선보였다. 일련의 노력은 ‘기술의 혼다’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기 충분했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변속의 자율성을 보장한 채 주행 편의성까지 끌어올린 E-클러치 시스템을 공개했다. E-클러치를 탑재한 CBR650R과 CB650R은 국내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혼다의 변속 시스템은 그동안 라이더들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아왔다. 골드윙, 아프리카트윈, 레블1100 등은 MT(매뉴얼 트랜스미션)모델보다 DCT 모델의 판매량이 더욱 높다. 특히 골드윙은 DCT 모델의 판매 비율이 90% 이상이다. 레블1100도 6:4 비율로 DCT 모델이 더 잘 팔린다. 이와 같은 혼다의 선전은 경쟁 브랜드를 자극했다. 최근 BMW와 야마하도 각자의 변속 시스템을 공개했다. 혼다가 E-클러치를 발표한지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말이다.

후속 주자들의 견제

BMW는 ASA(Automated Shift Assistant) 시스템을 개발했다. 구조는 E-클러치와 비슷하다. 두 개의 전자식 액추에이터가 6단 변속기에 맞물려 자동 변속을 실시한다. E-클러치와의 차이점은 클러치 레버가 없다는 것이다. 즉 전통적인 매뉴얼 트랜스미션처럼 자유롭게 변속할 수는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ASA는 M과 D, 두 가지 모드로 작동한다. M 모드에서는 시프트 페달을 밟아 기어를 수동 바꿀 수 있다. 이는 기존의 퀵시프트와 같은 조작 방법이다. 단 출발 시와 정지 시에도 시동이 꺼질 염려가 없기에 퀵시프트의 상위 호환 격으로 볼 수 있다. D 모드에서는 스로틀 그립만 감으면 자동으로 변속된다. 혼다의 DCT와 조작 방법이 같은 셈. 단 듀얼 클러치와 일반 매뉴얼 트랜스미션 간의 매커니즘 차이로 기어 체결감의 차이는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ASA는 BMW를 대표하는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인 R1300GS 시리즈에 가장 먼저 탑재된다. 이르면 올해 안에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야마하는 Y-AMT를 발표했다. Y-AMT는 클러치 레버와 시프트 페달을 모두 생략했다. 기어를 변속하려면 좌측 핸들바 조작부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는 자동차의 패들 시프트와 흡사한 작동법이다. Y-AMT 역시 MT 모드와 AT 모드를 제공한다. MT 모드에서는 시프트 버튼을 통해 기어를 수동 조작할 수 있다. AT 모드에서는 스로틀 그립만 조작하면 MCU(Motor Control Unit)가 자동으로 변속을 실시한다. 야마하는 Y-AMT의 첫 적용 기종으로 MT-09를 낙점했다. MT-09는 스포츠 네이키드 기종으로 도심 주행과 장거리 라이딩의 비중이 5:5다. 야마하는 Y-AMT를 MT-09에 탑재시켜 도심 주행, 와인딩 로드, 스포츠 라이딩 등 다양한 주행 환경에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동 변속 시스템 안착할 수 있을까? 

혼다, BMW, 야마하까지 잇따라 자동 변속 시스템을 공개했다고는 하나, 자동 변속 시스템이 모터사이클 시장에 주류로 자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자동 변속 시스템을 탑재한 기종은  생활형 이동 수단이라기보다는, 취미 레저 활동 영역에 있는 기종들이다. 즉 주행의 편의성보다는 컨트롤의 재미, 스킬 구사력의 자유도 등을 원하는 라이더가 많다. 즉 자동 변속 시스템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다고 할지언정 매뉴얼 모터사이클이 사장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 혼다의 DCT 모터사이클에 시장에서 완벽하게 자리 잡은 만큼 손쉬운 변속에 대한 수요는 분명하다. E-클러치, ASA, Y-AMT의 작동감이나 편의성이 우수하다면 DCT와 마찬가지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또한 위 변속 시스템 모두 기존의 매뉴얼 트랜스미션의 구조를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큰 이점이다. 추가로 변속 도움 장치를 부착하는 방식만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기종에 적용시킬 수 있다. 즉 기술의 확장성이 높아 바이러스처럼 번질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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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의 변속 시스템이 매뉴얼 트랜스미션으로 고착화된 것은 신규 유저 진입에 장애물로 작용했다. 자동 변속이 보급화된 자동차와 달리, 이륜차는 변속 조작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주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시동이 꺼질 염려도 있고 이로 인해 위험한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높다. 주행 피로도가 높다는 것도 단점으로 볼 수 있다. 즉 이륜차의 자동 변속화 물결은 그동안 모터사이클에 입문하기 부담스러웠던 이들에게 호재이다. 자동 변속 시스템은 모터사이클 입문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중요한 변화이자 핵심 기술이다.

모터사이클 산업이 발전하려면 더 많은 이들이 모터사이클을 타야 한다. 모터사이클 인구가 늘어나야 산업에 경쟁력이 생기고,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그제서야 정부 정책도 개선될 여지가 생긴다. 모터사이클이, 모터사이클 문화가, 모터사이클 산업이 그들만의 세계, 그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륜차가 누구나 안전하게 즐기는, 하나의 주류 문화로 올라서려면 무엇보다 타기 쉬워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자동 변속 시스템이 시장에 자리 잡고 널리 보급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