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격전지’될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 전망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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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 전체 시장에서 쿼터급 바이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쿼터급 바이크가 인기 있는 이유는 너무도 많다. 우선 천만원 이하의 가격대로 접근성이 높다. 출력도 비교적 낮아 부담이 적다. 메인 바이크로도 세컨드 바이크로도 적합하다. 그래서 입문자와 숙련자 모두 쿼터급 바이크를 찾는다. 국내서도 스쿠터부터 스포츠까지 다양한 바이크가 높은 판매량을 보인다.

로얄엔필드는 쿼터급 클래식 모터사이클 시장을 선점했고 독점해왔다.

그중에서도 급부상한 장르는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다. 이 바닥에서 제일 잘나가는 브랜드는 다름 아닌 로얄엔필드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헌터350은 458대가 등록됐다. 메테오350과 클래식350도 각각 286대와 252대가 등록됐다. 도합 996대다. 딱히 경쟁상대가 보이지 않는 압도적 판매량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류에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몇몇 브랜드에서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CB350C는 7월 24일 날짜로 국내 인증이 통과됐다. 정식 출시가 임박한 상황.

지각 변동 예고

우선 업계의 리딩 컴퍼니인 혼다가 움직였다. 로얄엔필드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 내수용으로 출시한 ‘CB350’이 현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 성공에 힘입어 ‘GB350’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GB350 역시 일본 열도에서 높은 판매고를 이어 나갔다. 수익성을 재차 확인한 혼다는 글로벌 마켓에 출시할 GB350C를 준비 중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GB350C의 국내 정식 수입 또한 긍정적인 상황이다.

트라이엄프 400시리즈는 스크램블러와 로드스터 등 두 모델로 출시된다.

트라이엄프는 출시 초읽기 단계다. 새로운 엔트리 모델인 스피드400과 스크램블러 400X, 각각 로드스터와 스크램블러로 기종이다. 인도 바자즈(BAJAZ)모터사이클과의 생산 협약으로 합리적인 가격까지 만족시켰다. 인증 문제로 출시가 늦어지고 있지만, 늦어도 올해 하반기 내에는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W230의 실물은 일본과 태국 모터사이클쇼에서 이미 공개된 상황.

국내에서 저배기량 모터사이클 출시에 인색했던 가와사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와사키의 사례도 혼다와 비슷하다. 인도네시아 내수용 모델로 출시했던 W175가 멕시코, 우루과이 등 남미 지역으로 팔려나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모델로 W230을 선보였다. W230은 이미 ‘2023 재팬 모빌리티쇼’, ‘2024 방콕 모터쇼’ 등지에서 실물이 공개된 상황. 국내 출시도 유력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에 정식 출시될 전망이다. 정리해보면 2025년 상반기에는 혼다 GB350C, 가와사키 W230, 트라이엄프 TR 400시리즈, 로얄엔필드 350시리즈 등이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 시장에서 각축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인도에서 인기를 얻은 CB350은 일본에서 GB350으로 출시해 대성공을 거뒀다.

시장 전망: 독주 체제 붕괴

각 모델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그 성능과 성격 차이가 뚜렷하다. 그렇기에 로얄엔필드의 독주 체제는 곧 무너질 것으로 예상한다.

로얄엔필드는 메테오350을 시작으로 총 네 가지 모델을 출시 중에 있다. 크루저 타입의 메테오350, 클래식 네이키드 클래식 350, 레트로 로드스터 헌터 350, 아이코닉 모델 뷸렛350 등 네 가지다. 각 차량은 휠 사이즈, 포지션, 디자인 등을 세밀하게 조절해 각기 다른 특성을 보인다. 색상상과 그래픽도 다양하다. 다만 마감 퀄리티와 정비 시스템은 시리즈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는 혼다 GB350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대비된다. 혼다 GB350의 최고 출력은 21마력으로 로얄엔필드 350 시리즈와 같다. 두 기종 모두 공랭식 350cc 급의 단기통 엔진을 탑재했기에, 엔진 필링 역시 대동소이하다. 최대 토크는 GB350이 소폭 앞서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차량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쿼터급 모터사이클이기에 과도한 정비 비용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두 기종의 격차는 안정성과 유지 관리 측면에서 벌어진다. GB350은 TCS를 기본으로 탑재한다. 우리나라는 여름에는 강수량이 많고 겨울에는 결빙이 잦다. 따라서 TCS 탑재 여부는 바이크를 선택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유지 비용도 혼다가 합리적이다. 혼다코리아는 수입되는 모든 바이크의 초회 점검과 2회차 점검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에 비해 로얄엔필드의 공식수입사인 ‘(유)기흥인터내셔널’은 무상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10,000km 주행을 기준으로 하면 혼다는 약 5~7만원의 점검비가 들고, 로얄엔필드는 약 40만원의 점검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로얄엔필드는 공식 대리점에서 제때 점검을 받지 않으면 품질 보증이 해지된다. 이 또한 라이더들 사이에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동급 대비 고성능을 지향한 TR400 시리즈.

트라이엄프 TR400 시리즈는 앞선 두 기종보다 출력이 두 배나 높다. 배기량이 398cc로 높고, 수랭식 엔진을 장착한 까닭에 최고 출력은 40마력에 이른다. ABS와 TCS는 물론이고 전자식 스로틀까지 탑재했다. 서스펜션은 43mm 직경의 도립식 포크를 장착했다. 즉, TR400 시리즈는 동급 대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또한 로드스터인 스피드 400과 스크램블러인 400X로 출시해 취향에 따른 선택이 가능하다. 두 모델은 핸들바 포지션, 휠 사이즈, 시트고, 서스펜션 등에서 오는 주행 질감의 차이가 있다.

컴패트한 사이즈의 W230.

가와사키 W230은 경쟁 모델 대비 배기량이 낮다. 스펙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동사의 KLX230의 엔진(공랭식)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최고 출력은 약 19마력 정도로 예상된다. 차체를 살펴보면 심플한 구성이 돋보인다. 싱글 크래들 프레임 위에 얹어진 단기통 엔진에서 단출함이 느껴진다. 프런트 18인치 리어 17인치 구성 역시 클래식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다루기 쉬워 보인다. 가와사키는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국내서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브랜드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W230 역시 가와사키를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들로부터의 수요가 분명할 것이다.

다다익선 나쁠 건 없다

혼다, 가와사키, 트라이엄프, 로얄엔필드 등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브랜드들이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라는 공통분모로 묶였다. 시장을 선점한 로얄엔필드는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기존에 미미했던 시장을 키운 선구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수요가 있다면 새로운 공급자가 나타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시장의 원리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다양한 매력의 선택지가 생기는 것은 물론, 과당 경쟁에 따른 반사 이익도 기대해 볼만하다.

평소에 국내 이륜차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격 접근성이 우수하면서도 대중적이고 매력적인 기종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 지점에 있는 세그먼트가 바로 쿼터급 클래식 바이크다. 어느 때보다 풍성해질 클래식 바이크 업계가 국내 이륜차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