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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파 GTS 300 슈퍼텍
감성 더하기 재미
김남구 기자    입력 2020-02-18 15:26:53    수정 2020-02-18 15:26:53
TAG : 베스파, 스쿠터, GTS300, GTS300슈퍼텍, 투어링스쿠터
혹자는 베스파를 일컬어 ‘감성으로 타는 스쿠터’라고 평한다. 시승 전에는 틀린 말은 아니라고 공감했지만 이번 시승을 계기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입장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분명 베스파는 감성으로 타는 스쿠터가 맞지만 그것만으로 베스파의 다른 장점이 묻히기는 아쉽다. 적어도 베스파 GTS300 슈퍼텍은 감성과 펀라이딩을 모두 만족시켰다.



베스파에 대한 오해와 진실그리고 변화
1946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베스파는 출시 이후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 시작에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2)이 있다. 영화 내에서 오드리 햅번과 그레고리 펙이 함께 베스파를 타고 함박 웃음을 짓는 장면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대중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로마의 휴일 개봉 이후 많은 할리우드 스타가 베스파를 타며 자연스레 대중에게도 친숙한 브랜드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1960년대 영국에서 ‘모드(Mod)와 락커(Rocker)’라는 두 서브컬쳐 세력이 대립했다. 트라이엄프, 노튼, 로얄엔필드 등 당시 고성능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죽재킷을 입은 마초적인 성향의 상류층 집단이 락커였다면, 댄디한 포멀 룩을 갖춰 입은 노동자 계층은 모드로 불렸다. 모드족은 주로 베스파를 탔고 당시 그들의 문화에서 자유롭고 클래식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즉, 베스파는 76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랑, 젊음, 낭만, 청춘, 동경, 자유, 반항, 클래식 등 다양한 이미지를 간직한 채 대중과 소통한 것이다. 이렇듯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 보면 ‘베스파는 감성으로 타는 스쿠터’라는 주장이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베스파는 과거의 헤리티지를 간직한 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GTS300 슈퍼텍은 최신의 기술을 담았고 커넥티비티도 강화했다. 감성에 첨단을 더한 것이다. 



HPE 엔진, 보다 정숙하고 강력해지다
시승차를 받고 첫 주행에서 느낀 점은 쾌적함과 편안함이다. GTS300 슈퍼텍에 탑재된 HPE(High Performance Engine)엔진은 이전 대비 월등한 정숙성을 보인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핸들바와 시트로 전해지는 진동이 확연히 줄어든 것을 물론이며, 스로틀 그립을 감았을 때에도 요란스럽지 않고 듬직하게 출력을 뽑아낸다. 



시속 40km/h 내외로 주행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지만 계기반의 속도는 이미 60km/h를 넘어섰다. 이는 엔진과 차체에서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이 적었기에 가능했다. 헬멧 위까지 커버하는 윈드스크린을 장착하니 주행풍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HPE 엔진은 정숙하면서도 성능이 충분하다. 278cc 수랭식 단기통 엔진은 수치상으로 최고출력 24마력, 최대토크 2.7kg*m를 발휘한다. 하지만 숫자로 HPE엔진의 특성을 모두 설명하기는 부족해 보인다. GTS 300 슈퍼텍은 차가 많은 도심에서 교통 흐름을 여유 있게 리드한다. 출발 시 풀스로틀을 감행하면 프론트 타이어의 접지력이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속력이 뛰어나다. 오르막 길에서도 버거워하는 모습 없이 스로틀 그립을 감는 만큼 힘 있게 치고 나간다. 적어도 도심에서는 답답함이나 굼뜸을 느낄 일이 없다. 



움직임은 경쾌하고 활기차지만, 민첩하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날렵한 만큼 주의가 필요하며 적극적으로 차체를 조작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골반을 움직여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시선을 향하는 것만으로 차체는 매끄럽게 곡선을 그리며 코너를 돌아 나간다. 



브레이크는 프론트와 리어 모두 싱글 디스크를 장착했으며, 프론트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보다 강하다. 브레이크는 강한 압력으로 움켜쥐어야 최상의 제동력을 발휘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즉각적인 응답 성능은 다소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ABS의 탑재로 안전성은 확보했다.



휠은 앞 뒤 모두 12인치이며, 서스펜션 또한 소프트한 설정이기 때문에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의 과속은 금물이다. 작은 요철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기 때문에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도 확실히 속도를 줄이고 진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은 일반적으로 스쿠터에게 바라는 성능, 딱 그 정도다.



TFT계기반, 베스파만의 디지털 감성
GTS300 슈퍼텍의 큰 변화로는 TFT 계기반을 꼽을 수 있다. 기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합된 계기반에서 TFT 4.3인치 컬러 디스플레이로 업그레이드했다. 기본적으로 속도가 가장 크게 표시되며 시간, 온도 연료량, 트립미터, 연비 등의 정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디스플레이는 좌측 핸들바에 있는 버튼을 통해 조작할 수 있고 시간, 언어, 디자인 테마, 표시 단위 등의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는 서비스 되지 않지만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턴바이턴 내비게이션 시스템, 전화 등의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그때가 되면 새로운 TFT 계기반의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시승을 진행한 시점에는 100% 활용하지 못했지만 계기반의 뛰어난 시인성과 디자인은 확인할 수 있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대낮에도 밝은 화면으로 시인성이 충분히 확보되었고 온도, 시간 등의 정보는 주행에 많은 도움을 줬다. 디지털 속도계는 아날로그 감성의 베스파와 이질적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클래식과 디지털의 조합은 절묘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트렁크 공간이다. 시트 밑 공간에는 풀페이스 헬멧의 보관이 불가능하다. 물론 별매로 탑박스를 장착해 보관하는 방법도 있지만 ‘트렁크 공간이 조금만 더 넓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시트 앞 글로브 박스가 있어 부피가 작은 짐을 넣을 수 있고, 봉지 걸이를 이용해 별도로 짐을 실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은 만족스러웠다.



스쿠터를 저울질하는 요인은 실용성, 디자인, 성능, 연비, 내구성 등 여러 가지다. 하지만 모든 부분을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기에 내게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고 집중하는 것이 옳다. 베스파는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스쿠터는 아니지만 기존에 갖고 있단 감성과 헤리티지에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며 장점을 늘렸다. 적정 수준의 수납 공간과 함께 스타일리시하고 재밌게 탈 수 있는 스쿠터가 필요하다면 GTS300 슈퍼텍은 꽤나 훌륭한 답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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