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외로움, 낮의 선명함 필그림 시승기2011-02-28 16:53:23



온통 어지러웠던 어제의 밤과 다르게 오늘의 낮은 모든 것이 선명했다.

높게 뜬 태양 아래 그녀의 얼굴은 선명했고 거울 속의 나만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선명한 말들이 가슴 속에 밤 새 묶어 놨던 무언가를 끊어버리자 왠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한달만에 처음으로 선명하게 보게 되었고 덥수룩한 수염이 부끄러워 고개를 돌렸다.

태양은 아직 높이 떠 있었고 마음을 들뜨게 하는 바람이 불어왔다.

봄이다, 하고 내 등을 떠밀자 나는 그가 시키는대로 하기로 했다.

흙냄새를 싣고 불어오는 바람의 품으로 뛰어드니 이내 발걸음이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무언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고 나는 그 초입에 서 있다. 망설임은 사라졌다.

지난 여름 지났던 청계산옆 길을 달려 꽁꽁 언 대왕 저수지에 섰다.

출발이 늦었기에 벌써 해가 뉘엿뉘엿 산을 넘고 있었다.

땅거미가 길게 늘어지고 있었지만 그가 남겨논 따스한 온기가 감돌아 자꾸만 달리고 싶게 했다.



이번 겨울은 꽁꽁 언 이 호수처럼 아프고 매몰찼다.

봄이 오면 이 얼음도 녹고 그 위에 남겨진 저 발자욱도 녹아 사라질테지만

내 마음 속 깊숙히 남겨진 어떤이의 발자욱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테다.

아마도 그 아픔은 그 발자욱을 더욱 깊숙히 새겨넣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을까.


따스한 햇볕을 조금 더 쬐고 싶었지만 지금은 더 달리고 싶었다.

나는 차를 돌려 용인으로 향하는 이름도 예쁜 달래내로를 따라 달렸다.

작은 일차선 도로가 끝날 무렵, 지난 여름 잠시 들렸던 자그만 동네가 나타났다.

밥 짓는 냄새와 나무 태우는 냄새에 이끌려 동네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다가 산길을 마주했다.


더이상 갈 수 없는 길 끝에 서서


거친 겨울나무와 빠알간 필그림이 어울릴 줄을 모른다.

시골길을 타기에 곱게 자란 그녀는 너무나 작고 앙증맞다.



낙엽 긁어다 태우면 활활 잘 탈텐데, 불 때던 시골 할아버지 댁이 그립다.

아무래도 나는 천성이 시골 촌놈인가 봐.


아슬 아슬 해가 산 끝에 걸렸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가는 길. 해가 숨어버린 도로는 급격히 추워졌다.

이미 울퉁 불퉁한 도로를 지나며 핸들을 잡고 있던 손이 많이 아파왔고 스로틀이 의외로 무거워 손목도 시큰 거렸다.

쉬다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산을 내려와 버스를 기다리는 등산객들 틈에 어울려 해장국집을 찾았다.


뜨끈한 소고기 국밥

왜인지 아까부터 선지 해장국이 무척 먹고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소고기 국밥을 시켰다.

국밥이란 단어를 발음 할 때 오물오물 거칠고 정감있는 느낌이 좋다. 국밥. 장터 국밥이면 더 좋고.

국을 후후 불어가며 배를 채우자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 오래도록 자신감이 무엇인지 잊고 살았다. 이번 봄에는 그를 다시 찾으리라.

총평

그렇지만 이번 봄은 무척이나 외로울테다

찰리  2011-02-28 18:31:37  permalink |  modify |  delete |  reply
    혼자 투어다녀오셨군요.. ㄷㄷ

    전 삼일절날 폭주뛰러 나갑니다 ㅋㅋㅋ
 익룡 2011-03-01 01:11:43  permalink |  modify |  delete
    비엠?? 타시고 폭주를?ㅋㅋㅋ

    도르소두로  2011-02-28 19:09:14  permalink |  modify |  delete |  reply
      토시랑 잘 어울리네여 ㅋㅋㅋ
      저도 삼일절 쉬는데 폭주를 !! ㅋㅋㅋ
     익룡 2011-03-01 01:11:50  permalink |  modify |  delete
      리더이시겟는데요 ㅎㅎ

      익룡  2011-03-01 01:11:35  permalink |  modify |  delete |  reply
        아 ~배고프네여 ~~ㅋㅋㅋ

        홀리  2011-03-02 04:46:51  permalink |  modify |  delete |  reply
          아니 여기가 자유 게시판이 되었네요... ㅎㅎ
          찰리님과 투어 가기로 했던 일요일, 취소 되고 나서 혼자 잠깐 다녀왔어요.
          토시는 날 풀렸을 때 때어냈는데 내일부터 다시 달까말까 고민 중입니다.
          아오 봄은 언제 오는지 ㅎ

          짱구사랑  2011-03-03 00:06:24  permalink |  modify |  delete |  reply
            아...배경 멋지군요!!!
           홀리 2011-03-03 02:37:43  permalink |  modify |  delete
            서울 촌놈인지라 나무 한그루만 봐도 멋져서 그만...

            오사쯔  2011-07-28 14:55:43  permalink |  modify |  delete |  reply
              으아.. 전 부산 촌놈인데도 시골이 그립습니다..
              따끈한 국밥 이야 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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